제가 ReadySetTimer를 만든 이유 — 발표 200회 동안 겪은 타이머의 문제

2026-04-24 작성 · 약 9분 읽기

ReadySetTimer를 만든 가장 큰 동기는 단순합니다 — 제가 발표에서 시간을 자주 놓쳤기 때문입니다. 강의·세미나·콘퍼런스·온라인 미팅까지 합쳐 200회 가까이 발표하면서 매번 같은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시중의 타이머 도구를 거의 다 써봤지만 어느 하나도 "이거다" 싶은 게 없어 결국 직접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어떤 문제가 있었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만들었는지에 관한 1인칭 기록입니다.

1. 처음 부딪힌 문제 — 발표 중 시간이 안 보였다

2018년쯤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 강의를 맡았던 때입니다. 50분짜리 세션이었는데 마칠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본인이 어디쯤 있는지 감이 안 잡혔습니다. 강의를 듣던 옆자리 동료가 손가락으로 "5분"이라고 신호를 줘서 그제야 마무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휴대폰 타이머를 노트북 옆에 세워뒀는데, 휴대폰 화면이 너무 작아서 무대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람 소리에 의존하면 청중에게 거슬리고, 또 너무 늦게 알리면 마무리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발표자가 자기 시간을 시각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게 ReadySetTimer의 출발점입니다.

2. 시중 도구들을 다 써봤다

2019~2022년 사이에 다음 도구들을 발표·강의에 실제로 써봤습니다. 각각의 한계를 메모해 두었던 것을 정리하면:

도구강점제가 느낀 한계
vClock·Online-Stopwatch안정성·검색 노출광고가 타이머 바로 위/옆에 — 발표 화면용으로 부적합
휴대폰 기본 타이머설치·가입 불필요화면 작음, 무대 거리에서 안 보임
PowerPoint 발표자 보기슬라이드와 통합경과 시간만 보이고 남은 시간 표시가 약함
Forest·Be Focused뽀모도로 잘 됨가입 필요, 발표 모드 부재, 모바일 중심
Toggl Track기록 분석발표 카운트다운보다 시간 추적용. 무겁다.
YouTube "5분 타이머" 영상크고 단순광고·로고가 너무 큼, 일시정지 불가

한 가지에서 잘 되는 것이 다른 곳에선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발표할 때 정확히 무엇이 필요한지"를 종이에 적어보았습니다.

3. 제가 원했던 7가지 요구사항

  1. 가입·로그인 없이 즉시 사용 — 발표 시작 30초 전에 회원가입을 강요받는 도구는 무조건 탈락
  2. 대형 디지털 숫자 + 원형 진행 표시 — 무대 뒤에서도 보이는 가독성
  3.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시각적 신호 — 색상이나 크기 변화로 마무리 신호
  4.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명확 — 5, 4, 3, 2, 1 같은 끝맺음 압축
  5. 풀스크린 모드 — 다른 UI가 시야를 가리지 않음
  6. 광고가 본 화면을 가리지 않음 — 운영비 위해 광고는 OK, 단 발표 시야는 침범 금지
  7. 뽀모도로·스톱워치까지 한 곳에서 — 발표 외 일상에서도 쓸 수 있게

이 7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도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운영 경험이 없는 1인 개발자가 한 달 만에 만들 수는 없었기에 6개월 정도 짬짬이 작업해 2026년 초에 첫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4. 만들면서 어려웠던 것

4-1. 대형 숫자의 가독성

의외로 시간을 가장 많이 쓴 부분은 "어떤 폰트와 크기가 무대 뒤에서도 잘 보이는가"였습니다. 처음엔 일반 시스템 폰트로 만들었다가 강의실에서 실제 시연해 보니 6m 거리에서 숫자가 흐려 보였습니다. 결국 tabular-nums 옵션이 있는 모노스페이스 폰트를 적용하고, viewport 너비에 따라 클램프된 폰트 크기를 적용했습니다. 자세한 디자인 결정은 시간 인식의 과학에서 일부 다뤘습니다.

4-2. 색상 단계의 의미

남은 시간에 따라 배경색을 바꾸는 기능을 넣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너무 빨리 빨강으로 가면 오히려 산만하고, 너무 늦게 가면 효과가 없었습니다. 친구·동료 10명에게 베타 버전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은 결과 다음 단계로 결정했습니다.

지금도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미세 조정 중입니다. 색상이 발표자의 페이스 조절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기에 이 기능을 핵심으로 유지합니다.

4-3. 스톱워치의 CSV 내보내기

처음엔 스톱워치는 단순한 측정 도구로 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트레이너 친구가 "팀원별 시간 측정해서 엑셀에 정리하는 게 너무 번거롭다"고 해서 랩별 메모 + CSV 내보내기를 추가했습니다. 지금은 발표 리허설용보다 운동·교육 트레이너 사용자가 이 기능을 더 많이 씁니다. 사용자가 의외의 방향으로 도구를 쓰는 걸 보는 게 1인 개발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4-4. 8개 언어 지원

ReadySetTimer를 처음 만들 때는 한국어만 지원했는데, 한 해외 사용자가 "Are there other languages?" 라고 메일을 보내준 게 계기였습니다. 그래서 i18n 시스템을 추가하고 영어·일본어·중국어· 스페인어·포르투갈어·프랑스어·독일어 7개 언어를 더 지원하게 됐습니다. 번역은 제가 직접 했고 (LLM 보조 후 직접 검토), 미흡한 부분은 원어민 사용자 피드백을 받으며 다듬어 가고 있습니다. 틀린 번역을 발견하시면 알려주세요.

5. 광고로 운영한다는 결정

가입·과금 모델을 검토했지만 다음 이유로 광고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대신 광고가 본 화면을 가리지 않게 배치하고, 풀스크린 모드에선 광고를 완전히 숨기는 원칙을 지킵니다. 광고 차단기 사용 사용자에게는 도구가 계속 동일하게 작동하며, 광고로 인한 기능 차별은 없습니다.

6. 앞으로의 계획

다음을 단계적으로 추가할 계획입니다.

진행 상황은 GitHub commit history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인 운영이라 우선순위는 사용자 피드백 빈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원하는 기능이 있으면 메일로 알려주세요.

7. 운영자로서 배운 것

ReadySetTimer를 만들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도구의 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6초의 큰 숫자 표시처럼 사소해 보이는 기능이 실제로 발표자의 마무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고, 청중에게도 자연스러운 발표 종료 신호가 됩니다.

반대로 화려해 보이는 기능(애니메이션·테마 등)을 추가했다가 사용자 피드백에서 "그게 발표에 방해된다"는 반응을 받고 빼낸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도구는 본인이 보이지 않아야 가장 좋은 도구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ReadySetTimer는 "눈에 띄지 않으면서 정확한 도구"를 목표로 하려고 합니다. 발표하는 분이 도구가 아니라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8. 마무리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라면 ReadySetTimer를 한 번 직접 써보시고,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jjackyoon@gmail.com으로 알려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1인 개발자의 가장 큰 자원은 사용자 피드백이거든요.

시간을 다루는 일은 결국 자신을 다루는 일입니다. ReadySetTimer가 그 과정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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